CTS뉴스
뉴스
- Home
- CTS뉴스
- 뉴스
작성자 : CTS
작성일시 : 2012-03-23
조회 : 1,445
|
앵커: 지난 1945년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피해를 입은 피폭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1주기를 맞아 핵과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지금, 국내 원폭 피해자들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는데요. 정희진 기자와 함께 원폭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정 기자,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의 숫자가 얼마나 됩니까? 기자: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피폭당한 사람들은 모두 70만 명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징용으로 끌려갔거나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건너갔던 조선인 원폭피해자는 7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이 중 4만 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생존자 3만 명 중 2만 3천여 명이 한반도 남쪽으로 귀국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앵커: 68년 전 일이라 남아 있는 생존자들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한국원폭피해자협회에 따르면 대부분이 질병으로 일찍 사망하고, 이제 남은 원폭피해자들은 2,670 여명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생존자들 역시 암, 시각과 청각 장애, 각종 희귀난치병 등으로 신음하고 있는데요. 원폭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어, 한국의 ‘히로시마’라 불리는 경상남도 합천지역을 찾아가 원폭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 원자폭탄이 투하되던 그 날, 다섯 살이었던 이채호 어르신은 당시에 대한 기억조차 희미합니다. 하지만 원폭은 어르신의 평생에 상처를 남겼습니다. 아버지를 간암으로 잃은 후, 어르신 역시 대장암과 폐암으로 여러 차례 큰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난 4명을 포함해 6남매 모두 늘 병원신세를 지며 살아 왔습니다. 이채호 (72세) / 원폭피해 1세대 대장암 수술 부산에서 했고, 또 내가 2010년 4월 22일날 부산에서 대장암 수술했어요. 안식구하고 나하고 둘다 감기에 걸렸는데 안식구는 낫는데 나는 안 낫는 거예요. 그래서 합천병원에 한 달을 입원해 있어도 안 낫는 거예요. 같은 마을의 변말자 어르신도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나 세 살 때 원폭이 터졌습니다. 평생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안 아픈 곳이 없이 고통 속에 살았습니다. 눈과 귀가 어둡고 허리디스크로 수술도 받았습니다. 변말자 (69세) / 원폭피해 1세대 평생을 아파요. 평생 내가 부산으로 어디로 병원 안 가본 데가 없습니다. 여러 군데 다 다녔어요. 원폭 피해 입고 나서 어릴 때부터 눈에서 눈물이 살살 나오고 눈이 안 좋은 거예요. 더 마음 아픈 건 자녀와 손주들에게까지 원폭 피해가 대물림됐다는 겁니다. 변말자 (69세) / 원폭피해 1세대 손주들도 눈이 안 좋다고 하니까, 부모가 그러니까 자식이 그런 것 같아서 내가 항상 마음이 아프지요. -------------------------------------------------------------------- 앵커: 원폭으로 인해 평생 질병을 앓는 모습이 참 마음 아픈데요. 그 피해가 자녀들에게까지 이어진다니 더 심각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직접 원폭을 당한 1세대뿐 만 아니라 그들의 자녀 역시 크고 작은 정신적, 육체적 질환에 시달리는데다 대를 이은 가난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피폭자와 그 후손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원폭피해자 후손인 2세들은 암, 당뇨, 정신질환 등의 발병가능성이 피폭피해가 없는 사람에 비해 적게는 10배, 많게는 10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더욱 가슴 아픈 일은 원폭피해자 후손이라는 게 알려지면 취업과 결혼, 사회적으로 차별받을 것을 우려해 원폭 2세 대다수가 원폭 피해 사실을 숨겨왔다는 겁니다. 한정순 회장 / 한국원폭2세환우회 ... 세상을 떠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앵커: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해 보이는데요.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어떤 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까? 기자: 절차가 복잡하긴 하지만 원폭 1세대들은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등을 통해 피폭 사실이 입증될 경우 일본으로부터 무료 건강진단과 관리수당 등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원폭 2세 이후의 자손들인데요. 원폭 2, 3세는 전국적으로 7,500명에서 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들에 대한 뚜렷한 지원책은 아직까지 마련돼 있지 않았습니다. 심진태 합천지부 / 한국원폭피해자협회 ... 그러니까 상당히 피곤하게 한 평생을 살아온거죠. 기자: 원폭피해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지속적인 관심인데요. 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기를 맞아 최근 국내 원폭 피해자들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국내 최대 원폭피해자 거주지역인 경남 합천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틀동안 진행된 ‘2012 합천 비핵․평화대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미국, 러시아 등의 핵 피해자들이 모여 실상을 증언하는 한편, 핵과 방사능 위험을 막기 위해 다양한 강연과 사진, 영상전 등이 마련됐습니다. 서승 특임교수 / 일본 리쯔메이칸데 법학부 합천은 이 피해실상을 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세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특히 이 한반도에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만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하는 시점으로 삼았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앵커: 이같은 관심이 원폭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대책 마련으로 이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피폭자 문제에 대한 국제적 여론과 관심이 국내 원폭피해자, 특히 제대로 실태조사 조차 이뤄지지 않은 2,3세들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져야 할 텐데요. 현재 한국원폭2세환우회에서 원폭2세들의 무료진료와 생계지원, 또 전문요양시설 건립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사실 원폭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가장 먼저 귀 기울이고 돕기 시작한 게 바로 기독교계였습니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가 대표적인데요. 한국교회가 다시한번 원폭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지원하는 데 힘을 모으길 기대해 봅니다. 앵커: 원폭피해자들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덜어지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정희진 기자 수고했습니다. |